체스터튼씨,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에요. 잡담

 가끔식 뉴스비평 밸리에 가서 한 번씩 눈팅하고 오는데, 前 기독교 신자였다는 분이, 기독교에 대해 환멸을 느낀 것을 글을 써놓은 것을 본 적 있었다. 그런데 보아하니, 개신교 신자였지 천주교 신자는 아니였던거 같았다.(천주교와 개신교는 전례나 기타 등등해서 용어에 묘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보다보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.) 그런데 그분이 막판에 짤방으로 올려놨던 것은 자그마치 '예수성심상' 패러디였다. 그리고 글쓴이는 근 1시간을 감동에 젖어 있었다. 왜냐고?

 (브라운 신부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읽지 않으신 분은 주의.)

 영국의 작가 체스터튼의 명작 '브라운 신부'에서 브라운 신부가 의사 한 명과 함께 시골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묘한 일들을 처리하게 된다. 그 때 브라운 신부는 모든 일의 원흉인 가짜 성직자를 가려내는데 그 때 이런 말을 한다.(지금 책이 없어서 정확하게 대사 인용을 못하겠다.)

 "그 성직자는 칼뱅파 청교도처럼 행동하면서도 벽에는 예수성심상을 걸어두었더군요.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. 아, 이 사람은 가짜다. 항상 근엄하게 행동하고 세속적인 것에만 얼굴을 찌푸리면 되는 줄 아는 연극배우 출신의 얼간이라고 말입니다."
 (주: 예수성심상은 가톨릭에서만 사용한다.)

 그러면서 브라운 신부는, 영국인들은 영국 국교회에 대해서 가톨릭 신부인 자기만큼도 모른다면서 웃는다.









 P.S: 레위기에 대해 이오공감에 올라온 글을 보았다. 사실 세계에는 정말 경전을 그대로 해석해버리는 바람에 웃지못할 일들을 벌이는 경우가 꽤 많다. 우리 조상들만 해도 신체발부 수지부모 가지고 개그했던게 먼 옛날의 이야기만은 아니고, 교회 성가대의 카스트라토(거세한 중성 소프라노)도 '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' 14장 34~35절의 직역 때문에 탄생한 비극이었다. 하지만 이런 비극 때문에 성경을 '판타지' 취급하는 것도 또다른 비극일 뿐이다. 최소한 성경이 '모세오경이 언제 편집되었는지'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소리 들을 정도로 만만한 책은 아니다.

 P.S2: 그나저나 인터넷에서 성서 인용하는거 보면 대개 옛날 말로 된 개신교 계열 성서들이 인용된다. 그에 반해 가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는 성서는 1977년 대한성서공회에서 나온 공동번역 성서는 물론 2005년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번역한 새 성경(본인이 이것으로 인용한다. 에스테르기의 압박이 심하지만.)도 인용되는 것을 본 일이 없다. 천주교회가 개신교회보다 훨씬 조용히 종교생활하고 있기는 있나보다.

P.S3: 그나저나 개신교회에서는 현대어로 된 성서를 안쓰는 이유가 무엇일까?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.








덧글

  • John 2007/09/12 20:24 # 답글

    그저 맹신하다보니 깊이 생각을 못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.
  • 死海文書 2007/09/12 21:39 # 답글

    왜인지 폼이 나서는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떠오르는군요.
  • deiceed 2007/09/12 23:40 # 답글

    폼이난다에 한표 더 추가합니다.
    -출판업체의 로비일지도 모르죠;;;
  • blesshy 2007/09/13 10:28 # 답글

    현대어 성경도 있기는 하지만 옛날게 워낙 많아서 그냥 쓰는듯
    카톨릭처럼 일괄적으로 '바꾸자!'해서 바꾸기도 쉽지 않고...
    (몇몇 교회는 단체로 마꾸고 그러기도 합니다만)
  • joyce 2007/09/13 16:56 # 답글

    태그 타고 왔습니다.
    개신교회에서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하지 않는 건 몇 가지 표면적인 이유가 있으나 여러 분들이 지적하신 대로 폼이 안 나는 이유도 크다고 생각합니다.
    그 런데 개신교회 회당에서 고아(古雅)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그 낡은 성서의 언어 하나뿐이에요. 그런 것 아니어도 이미 여러 가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카톨릭과는 여유로움의 수준이 다르지요. 그리고 신도들은 그걸 좋아한다는 거 - 그러니 너무 나쁘게 보지는 말아 주세요.
    개신교 신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현대어로,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성서의 필요성에 대해 오히려 어리둥절해 합니다. 전혀 루터적이지 않지요.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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